** 성악가의 시련 **
1969년 어느 날 오페라 <라보엠>에 루돌포 역으로 출연을 기다리는 한 젊은 성악가는 초조함을
감추지 못했다. 스물두 살의 신인인 데다 제1막에 나오는 유명한 아리아<그대의 찬 손>을 잘 할 수
있을지 걱정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런데 너무 긴장한 탓일까. 그렇게 열심히 준비했건만 노래가 절정에
달하는 대목에서 실수를 하고 말았다. 당황한 나머지 그 뒤부터 공연은 엉망이 되어 버렸다.
이튿날 언론은 일제히 그의 노래가 닭 울음 소리에 스위스의 요들송을 합쳐 놓은 것 같다는 비평을 실었다.
그 성악가는 바로 소세 카레라스이다. 플라시도 도밍고, 루치아노 파바로티와 함께
세계 3대 테너로 평가받는 그는 이들과 함께 전 세계를 돌며 <빅3 테너 콘서트>를 치르기도 했다.
그는 그날의 공연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제가 받은 혹평대로라면 저는 음악을 포기했어야 합니다.
하지만 저는 무대에 남아 아직도 노래를 부르고 있습니다. 그날의 상처 때문에 오랜 시간을 절망했지만,
이제는 알 것 같습니다. 평가는 어디까지나 냉정하게 받아들여 성장의 밑거름으로 삼아야
한다는 것을요.” 이렇듯 그는 자신에게 닥친 시련에서 조차 깨달음을 발견하는 사람이었다.
1987년 무대 위에서 쓰러져 백혈병 진단을 받았을 때, 그는 병 때문에 음악을 포기하려는
자신의 마음이 백혈병보다 더 두려웠다고 고백했다. 그는 가족과 팬들의 격려에 힘을 얻어 병을
극복하고 2년 만에 다시 무대에 섰다. 회복한 뒤에는 팬들에게 진 빚을 갚아야 한다며
국제 백혈병 재단을 설립했다. 그에게 백혈병은 사람들의 아픔을 함께 나누는 성악가가 되도록 한,
또 한번의 ‘혹평’ 이었던 것이다. [옮긴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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