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무신 한 켤레 **
한 제자가 물이 새는 고무신을 버리고 아주 오랜만에 새 고무신을 한 켤레 샀다.
제자는 싱글벙글 웃으며 스승에게 새 신발 자랑을 했다.
“스승님, 새 고무신 예쁘지요?”
“이 녀석, 도대체 제정신이냐? 새 고무신을 사다니…?”
제자는 거의 해질 때까지 신고 몇 년 만에 산 걸 가지고 버럭 화를 내는 스승이 야속했다.
“스승님 너무하십니다. 겨우 고무신 한 켤레 가지고….”
스승은 한층 더 엄하게 호통쳤다.
“어리석은 녀석 같으니라고, 고무신 한 켤레가 얼마나 두려운지 모르는구나.
새 신발을 신다 보면 자연 새 양말을 찾게 되고, 새 양말을 신다 보면
자연히 새 옷에 눈이 가게 되느니라.”
스승은 계속 말을 이었다.
“그뿐이겠느냐? 새 신발에 새 양말, 새 옷까지 입고 나면 어느새 마음도 슬며시 들떠서
자꾸 바깥출입을 하게 되지. 그럼 어찌 공부가 되겠느냐?”
제자는 여전히 마뜩찮은 표정이었다. 스승이 말했다.
“그렇게 옷차림을 말끔히 하려면 책보다는 거울 한 번 더 보게 되고,
그러면 마음공부는 이미 글러 버리게 되는 법. 그러니 고무신 한 켤레가 어찌 두렵지 않겠느냐.”
- 좋은 생각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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