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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기본] 양순이의 노력 날짜 2013.09.27 00:00
글쓴이 건설뉴테크 조회/추천 646/15

** 양순이의 노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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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원룸에 살던 아들이 집으로 들어오면서 손님을 데리고 왔다. 그곳에서 함께 살던 개였다.

애완견은 분명한데 흰 바탕에 노란 털이 드문드문 섞인 잡종이었다. 아내는 펄쩍 뛰었다.

개와 함께 생활하는 데 따르는 갖가지 번거로운 일들을 겁낸 것이다.

당장 데리고 나가라고 소리도 치고 좋은 말로 누구에게 줘 버리라고 권유도 해봤으나 아들은 들은 척도 하지 않았다.

작고 흰 개는 자기를 환영하지 않는 집안 분위기를 눈치 챘는지 처음 며칠동안은 풀죽은 모습으로 구석에 조용히 앉아 있었다.

그러나 피차 얼마간 얼굴이 익자, 생존을 위한 맹활약이 시작되었다.

양순이(아들이 지어 준 이름)는 주인이 기분 좋은 때를 용케 알아내 그 순간을 놓치지 않고 덥석 뛰어들어 품에 안기곤 했다.

작고 앙증맞은 생명체를 뿌리칠 정도로 강심장을 지닌 인간이란 사실 그다지 많지 않다. 더구나 비록 잡종이긴 하지만 양순이는 귀엽고 영악스런 용모를 지니고 있다.

외출했던 가족이 들어올 때 맨 먼저 현관으로 뛰어나와 맞는 것도 으레 양순이다.

현관 안으로 발을 옮겨 딛는 순간 개는 직립자세를 취한 채 앞발로 사람의 상반신을 붙잡고 매달린다.

그리고 열렬한 키스세례를 퍼붓기 시작한다. 뭐라고 중얼대는 환영의 인사말과 함께. 이 뜨거운 환영의 세리머니는 눈물겨울 정도다.

그것은 이 작은 개의 생존을 위한 치열한 몸짓인 것이다.

사람들은 애완견을 보면 흔히 인형을 연상한다. 귀엽고 깜찍한 용모로 일방적으로 사랑을 받기만 할 뿐,

사람을 위한 어떤 실질적 헌신(?)을 할 능력도 생각도 없는 존재라 믿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렇지 않다.

개체에 따라 차이는 있지만 개는 생각도 있고 집안 분위기를 살피는 분별력도 갖고 있으며 무엇보다

자기 행복을 위해 끊임없이 선택하고 움직인다. 저 작은 머릿속에서 어떻게 그런 분별력과 지혜를 짜 낼 수 있을까? 가끔 감탄할 때가 있다.

양순이가 들어온지 어느덧 2년, 이제 우리 집에서 양순이의 위치는 아주 확고하다. 아파트 단지 안의 아이들 사이에서는 스타가 되었다.

나도 아내도 외출에서 돌아오면 양순이부터 찾게 되고 밖에 있는 동안 전화로 개의 안부를 묻는 것이 일상사가 되었다.

엄밀히 말한다면 이런 결과는 사람의 자비심 때문이 아니라 작은 개의 노력으로 이루어진 결실이라고

믿고 있다. - 송 영/소설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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