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할머니의 가르침 **
?
내가 여덟 살 되던 해 여름 어느 날이었습니다.
할머니가 마늘이 가득 담긴 바구니를 이고 시골에서 상경하셨습니다.
진짜배기 토종마늘이라며 시장에 내다 팔려는 것이었습니다.
“시장까지 어떻게 가드라?”
서울 지리에 익숙하지 않은 할머니를 시장까지 모셔다 드리는 일은 당연히 내 몫이었지만,
어린 마음에 할머니와 함께 시장바닥에 쪼그리고 앉아 마늘을 팔아야 한다는 생각만 해도
얼굴이 달아올라 죽을 맛이었습니다.
“싫어, 나 안 갈래.”
내가 도리질을 하자 할머니는 그 무거운 마늘바구니를 머리에 이고 시장으로 가셨습니다.
하지만 할머니가 길이라도 잃으시면 어쩌나 내심 걱정이 돼, 부랴부랴 뒤를 따라나섰는데 ?시장모퉁이에 자리를 잡은 할머니 앞에서 한 아주머니가 마늘 값을 깎자고 자꾸 졸라대고 있었습니다.
“자요, 겨우 오백 원 깎는 건데 뭐…….”
안 그래도 다른 가게보다 훨씬 싸게 팔고 있던 할머니는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 채
진땀만 흘리고 있었습니다.
나는 속이 상해 할머니가 펼쳐놓은 보자기를 탁탁 소리 나게 접어서는 꽉 묶어 버렸습니다.
“할머니 팔지 마. 가요!”
“뭐 이런 애가 다 있어. 나 참 기가 막혀서.”
기가 차네 막히네 야단인 아주머지에게 할머니는 연신 미안하다며 고개를 숙였고 마늘보따리를 들고
앞서가는 내 뒤를 따라 죄인처럼 걸어오셨습니다.
저녁 내내 부어터져 밥도 먹지 않고 누워 버린 나는 한참을 씩씩대다 잠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뒤척거리느라 설핏 잠이 든 내 귀에 할머니의 작은 목소리가 들려왔습니다.
“쟤 보통내기 아니더라. 그냥 보자기를 착착 싸는데 세상을 저리 야물딱지게 살면 무서울 게 없겠다 싶더라니까.”
?
나는 지금도 사는 게 힘겨워 주저앉고 싶을 때마다 어린 날 잠결에 들었던 할머니의 그 한 마디 말을
되새김질 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