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으로
게시판
새소식
자료실
오늘의 좋은글
HOME 게시판 오늘의 좋은글
제목 [기본] 계란 세 개 날짜 2013.09.27 00:00
글쓴이 건설뉴테크 조회/추천 515/19

 ** 계란 세 개 **

 

어린 시절 우리 집은 그리 부유한 편이 못됐습니다.

그래도 자존심 하나만은 세상 그 누구보다 높았던 내가 친구네 양계장으로 계란을 사러 갔던 날의 일입니다.

“어, 선희네. 계란 사려고?”

“어? 으응.”

친구는 하지 않아도 될 배려를 하고 싶어했습니다.

“아저씨, 얘 내 친군데요. 깨진 계란 몇 개 더 주세요.”

“얼마나 살 건데?”

“아, 아냐…덤은 필요 없어.”

깨진 계란 몇 개 더 집어주라는 그 말이 왜 그렇게 서럽고 자존심 상하던지…쥐구멍이라도 있으면 들어가고 싶은 심정이었습니다.

그때였습니다.

“선희 계란 사러 왔니?”

밭일 나가던 친구 어머니가 그 어색한 분위기를 짐작이라도 한 듯 다가왔습니다.

“네”.

“이리 따라 와라.”

그리고는 당황해 어쩔 줄 모르고 서 있는 나를 계란이 쌓여 있는 헛간으로 데려갔습니다.

바구니마다 가득 쌓여 있는 계란 중에서 가장 굵고 실한 것만 골라 담은 뒤 세 개를 더 얹어 주었습니다.

“이건 덤이다.”

“아 아뇨. 아줌마, 안주셔도 돼요.”

또 한번 자존심이 상한 내가 필요 이상 과장된 어투로 덤을 거부하자

친구 어머니는 바구니를 내 손에 쥐어주며 말씀하셨습니다.

“선희야, 니가 계란을 들고 가다 보면 틀림없이 밑에 있는 게 눌려서 두세 개는 깨질거다.

이건 그냥 덤이 아니라 깨지게 될 걸 대신해서 주는 거야. 됐지?”

어린 내 마음에 상처가 가지 않게 하려고 애써 짜냈을 그 특별한 계산법.

그때 그 친구 엄마가 얼마나 커 보이고 얼마나 고맙던지.

나는 어른이 되고 엄마가 된 지금도 그 일을 잊을 수가 없습니다.

 

글쓴이 비밀번호
보이는 순서대로 문자를 모두 입력해 주세요
* 600자 제한입니다. 등록
목록 쓰기
이용약관 | 개인정보취급방침 | 이메일주소 무단수집 거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