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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기본] 새 해를 열며~ 날짜 2021.01.05 00:57
글쓴이 stonetech 조회/추천 157/1

                   

                                      ♡ 새 해를 열며~

조선 중기의 학자이며 기인(奇人)인 토정(土亭) 이지함(李之函) 선생의 호()는 지금은 없어진 서울 마포나루 어귀에 토담집을 짓고 살았던 일에서 기인(起因)한다.

토정(土亭) 선생은 어느 날, 천안 삼거리에 위치한 한 주막집에 머무르게 되었는데 그 주막에는 곧 있을 '과거'를 보기 위해 고향을 떠나온 젊은 선비들이 모여 있었다. 그들은 당대 큰 학자이신 토정(土亭) 선생께서 같은 주막에 머무르시고 계신다는 것을 알고 선생께 한 말씀을 청하고자 계신 방을 찾아가 둘러앉았다.

그때 선생이 문득 그들 중 한 젊은 선비를 가리키며 말씀하셨다.

"자네는 이번 과거에 급제할 운()이 없으니, 서운하겠지만 그냥 고향에 돌아 가시게나."

하늘이 무너지는 청천벽력 같은 말에 아연해진 그 선비는 말없이 일어나 인사를 드리고는 방을 나와 담벼락에 등을 기대고 쭈구리고 앉아 땅바닥을 내려다 보며 생각에 잠기었다.

그때 수 많은 개미 떼가 줄을 지어 자신이 앉아있는 자리 바로 앞을 지나고 있었고 그 뒤로도 많은 개미들이 줄을 지어 선두 개미를 따라오고 있는 것이 보였다.

'도대체 이 개미들은 어디를 향해 이렇게 질서 정연하게 길을 가고 있는 것일까?'

선비는 호기심이 발동하여 몸을 일으켜 앞서가는 개미를 보기 위해 걸어 가다가 선두 개미가 있는 곳으로부터 몇 발자국 떨어지지 아니한 곳에 큰 항아리 하나가 놓여 있는 것을 보았다.

그 항아리 안에는 물이 가득 차 금시라도 넘칠 듯이 찰랑거렸고 잠시 후 물이라도 가득 차면 자체의 무게로 인해 항아리가 기울어져, 이동하고 있는 저 많은 개미들이 다 죽게 될 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에 선비는 황급히 뛰어가 항아리에 가득한 물을 도랑에 모두 쏟아버렸다.

그리고나서 다시 개미 떼를 바라보니 그들은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계속 열을 맞춰 가던 길을 계속 가고 있었다.

그때 어디선가 "자네, 거기서 무엇을 하는가?" 라는 소리가 들렸다.

깜짝 놀라 돌아보니 토정(土亭) 선생께서 대문을 나서 자신을 향하여 다가 오시며 말씀하시는 게 아닌가?

"아니, 자네는 아까 방에서 내가 낙방(落榜)할 운()이니 고향으로 내려가라 한 바로

그 젊은이가 아닌가? 그런데 어찌된 일인지 내가 조금 전에 자네에게 얘기를 할 때 본 자네의 상()과 지금 보는 자네의 상()이 완전히 다르니 도무지 영문을 모르겠구나..

얼굴에 광채가 나고 서기(瑞氣)가 충천(衝天)하니 과거에 급제를 하고도 남을 상()인데, 도대체 그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기에 이토록 상()이 바뀌었단 말인가?"

젊은 선비는 너무나 황당하여 어찌할 바를 모르자 토정(土亭) 선생께서 재차 물으셨다.

"잠깐 사이에 자네의 상이 아주 귀()한 상()으로 바뀌었네. 분명히 무슨 일이 있었을 테니 내게 소상히 말을 해 보시게."

젊은 선비는 "아무런 일도 없었습니다만..." 하고 말씀을 드리려다가 문득, 항아리를 옮긴 일이 생각나서 잠깐 사이에 일어난 일을 소상히 말씀드렸다.

전후 이야기를 다 듣고난 토정(土亭) 선생께서는 하늘을 우러러 바라보시며 말씀하시길,

"수 백, 수 천의 죽을 생명을 살리었으니 하늘인들 어찌 감응(感應)이 없을 수 있겠는가! 자네는 이번 과거에 꼭 급제를 할 것이니 아까 내가 한 말은 마음에 두지 말고 얼른 한양에 올라가 시험을 치르시게."

그리고는 주막 안으로 들어가셨다. 과연 이 젊은 선비는 토정(土亭) 선생의 말씀대로 과거에 응시하여 장원(壯元) 급제(及第)를 하였다고 한다.

누구든지 타고난 얼굴의 '()'도 마음에 의해 뒤바뀌게 마련입니다. 지나온 자신의 모습을 사진으로 비교해 보면 입증이 되겠지만 이렇듯 고정된 것은 없기에 마음을 잘 써야겠습니다.

그러나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말을 하지 못하는 미물이라도 그 생명체를 소중히 한다면 이로 인해 자신의 타고난 상()이나 운명까지도 변화할 수 있음을 상기하여 인생을 살아가는 지표로 삼으시기 바랍니다.

                                                            [ 옮긴 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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